오늘날 AI(인공지능)는 전세계의 최대 관심사다. 기업이나 교육기관, 정부 등 단체는 물론 개인 생활에도 AI가 필수품이 되면서 비상장 기업인 오픈AI의 가치가 400조원을 넘어설 정도가 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남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간의 일자리를 뺏거나 존엄성을 침해하는 AI를 금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일본인 친구가 나에게 '한국인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한국 책 3권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어떤 책을 추천할까. 실제로 이 질문을 122명의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던지고, 300여 권의 추천 리스트를 받아서 엮은 책 '한국의 마음을 읽다'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됐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언어학자이자 미술가 노마 히데키를 서면으로 만났다.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를 지낸 그는 한국어 연구에 매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인 최초로 한글학회가 주관하는 '주시경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글의 탄생' 'K-POP 원론' 등이 있는데, 일본 내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 언어·문화 전문가인 셈이다. 이번 인터뷰도 전부 한국어로 진행됐다.
3부작을 완결한 소감을 묻자 노마 히데키는 "감개무량하다. 한국 문화, 한국의 지적 세계를 함께하는 소중한 시도로 남는다면 기쁘겠다. 정말 많은 소설가, 국어학자, 평론가, 사상가들이 도와줘 큰 힘이 됐다. 10년 동안 시대가 많이 변화했다"고 답했다.
그가 체감하기에도 10년 동안 일본 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극적으로 변했다. K팝·K드라마뿐 아니라 최근 K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마 히데키는 "일례로 2011년 일본 구온출판사가 새로운 한국 문학 시리즈를 간행하겠다고 했을 때 무모한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리즈가 이미 30권 가까이 간행됐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한국인 47명, 일본인 75명 등 122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122명의 직업은 시인, 소설가, 언어학자, 번역가, 서점인, 출판인,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철학자, 미술가, 음악가, 사진가, 건축가, 영화제작자 등 다양하다. 그들은 한국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을 추천했고, 책마다 한두 쪽 분량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마 히데키의 추천 책은 따로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그에게 추천할 책을 묻자 "전공자로서 편애를 담아 꼽자면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 언해본'이다. 기적과 같은 책"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책 어디에서 '마음'을 읽을 수 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책 모두 뭐랄까, (언어학자로서 감동받아)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학원 출판사의 1962년 '조선말사전'도 대단한 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양쪽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는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어머니가 1945년 해방 전에 아마도 열한 살 때쯤 혼자 일본 가고시마현에 왔다. 한국전쟁으로 한국과 연락이 완전히 끊겼고, 일본 사람의 양녀가 돼서 일본 국적이 됐다. 어머니는 한국어도 완전히 잊어버리셨다. 어머니는 한국 출신임을 나에게도 비밀로 했지만, 성인이 되자 그때서야 사정을 이야기해줬다. 이후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4년 '한국의 지(知)를 읽다'를 시작으로 작년 '한국의 미(美)를 읽다'에 이어 이번 책이 나오면서 11년에 걸친 '한국을 읽다' 3부작 프로젝트가 완결됐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일본인을 위해 기획됐다. 하지만 사실 한국인도 한국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이 읽어도 무방하다.
'21세기의 에디슨'이라는 별명을 가진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조만간 AI가 이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특이점'에 도달한다고 전망한다. AI가 기술적 정점에 다다른 시기를 뜻하는 특이점에 도달하면 인류를 괴롭히던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강력한 AI와 인간의 지능이 결합해 수천배나 확장된 인지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레이 커즈와일은 시종일관 AI의 밝은 면에 대해 부르짖는다. 그는 AI 특이점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공장과 건축, 농업 등 수많은 작업을 할 수 있을뿐더러 수명 연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낡은 신체를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에 치우쳐 있는 기존 의료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은 의미심장하다. AI 특이점이 오면 죽을 방법을 찾기도 어려워진다는 전망도 디퓨저선물세트 흥미롭다.
특이점에 도달하는 시기로는 2040년대 중반을 제시했다. 이 때에는 모든 부문에서 인간이 AI를 따라잡기 어려워진다. 뇌를 AI와 연결해 확장하고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VR)이 등장하는 등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도 현실화된다. 그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2030년 이미 수명 탈출 속도에 도달할 것이며, 2040년대 중반에는 급진적 수명 연장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AI의 밝은 미래보다는 인간 정체성에 대한 논의다. 인간이 AI와 결합한다면 과연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AI를 통해 복제돼 수명을 극복한 '나'는 과연 이전의 '나'와 같은 사람일까? 자신을 AI가 대체한다면 나는 소멸하고 마는 것이 아닐까? 철학과 맞닿아 있는 이러한 물음들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책은 수많은 도표와 데이터를 통해 논의를 전개한다. 550페이지 중 출처만 150페이지가 넘을 정도다. 때문에 이해가 어렵거나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대목은 없지만 서적보다는 보고서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AI의 가능성과 인간의 역할, 일자리 등 논제에 대해 토론거리를 던지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듯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저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발명가 중 한 사람이다. 모든 전자음악 악기의 원류로 불리는 신디사이저의 혁신을 주도했으며 광학 문자 인식(OCR)이나 텍스트 음성 변환 기술 등 수많은 기술을 발명해냈다. 인간의 영생에 관심이 높아 이와 관련한 여러 저서를 집필했으며, 대표작 '특이점이 온다'는 9개 언어로 번역돼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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